18살 때 방학시즌도 아니었고 바쁜 학기 중, 평일에 엄마 아빠와 갔던 강원도의 어느 바다가 떠오른다. 백일장이 마침 그곳에서 열려 가게 됐다. 다음 날 아침에 있을 백일장을 위해 전 날 오후 즈음에 바다에 도착했는데 비가 오고 날이 흐려 사람이 없었다. 바다 보면서 시상 좀 마음껏 떠올리라고 엄마 아빠는 주변 카페에 들어가 있고 나 혼자 해안가에 서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봤다. 그 때 이후로 나는 흐린 날의 바다에 애정이 깊어졌다.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져 모호해진 끝, 부는 바람에 거세게 부서지는 파도, 파란 빛이 아니라 탁한 옥빛의 물 색... 이런 것들이 잔상으로 남아 바다를 떠나서도 꼭 거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. 그 날 바다는 아마 내 생각보다 더 오래, 내게 남을 것 같다. 모래 위의 내가 바다의 밀물, 썰물에 조금씩 적셔지는 것만 같던 기분. 진한 먹구름 사이들의 바다.. 푸른 날의 바다는 끝이 분명해 꼭 그곳이 세계의 끝인 것만 같은데, 흐린 날 바다는 끝이 아니라 저 너머에 꼭 다른 곳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 같아. 다시 보고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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One Day Question · LayerLab